<문화산책> 수원역에서 - 성백원

성백원 | 기사입력 2020/11/14 [10:59]

<문화산책> 수원역에서 - 성백원

성백원 | 입력 : 2020/11/14 [10:59]

 수원역에서

                                     

                                             성백원

 

영동가는 기차는 영등포를 지났을 것이다

코로나19가 아직도 성성한데
대체인력의 더딤이 사뭇 아쉽다


담배 한대를 피우고 오는 길에
거리를 점령하고 이불을 깐 사람을 보았다

초라해 보이지만 그에게도 인생이 있었을 것이다

 

쉽게 알 수는 없지만 웃는 날도 궂은 날도
누군가를 위로하고 함께 슬픔도 나눴을 것이다
머뭇거리다가 지나쳤는데
도무지 발길이 에스카레이터에 닿지 않는다


심호흡을 하고 돌아가 작은 지폐 한 장을 건내자
수줍은 기색도 없이 내미는 안타까운 손
내가 수없이 어미를 향해 내밀던 그 손이다
그랬을 것이다

 

치약의 끝자락까지 야멸차게 짜내는 그 손
마스크가 다소의 부끄러움을 감출 수도 있었을텐데
그에게도 나에게도 마스크는 없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위태로운 시간 속에서
잠깐의 위로를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마스크를 씌워주는
그런 시간이 수원역에서 있었으나
아무도 기억하지도 누구도 기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성백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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