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청와대까지, 김진숙 ‘희망뚜벅이’

대한민국 최초 여성 용접사 복직을 위한 바쁜 발걸음 오산 통과

신동성 | 기사입력 2021/02/03 [17:20]

부산에서 청와대까지, 김진숙 ‘희망뚜벅이’

대한민국 최초 여성 용접사 복직을 위한 바쁜 발걸음 오산 통과

신동성 | 입력 : 2021/02/03 [17:20]

부산에서 출발해 34일이 된 이날 걷기에 동참한 동지들과 함께 오산을 통과하고 있는 김진숙 씨(사진 중앙)  © 신동성

 

지난 12월 30일 자신이 일하던 영도조선소가 있던 부산에서 출발해 약 35일 간 걸어 지난 3일 오전 11시경부터 약 2시간에 거쳐 경기도 오산을 통과했다.

 

이날 일정은 진위 역에서부터 오산을 거쳐 병점 역까지였으며 오산 노동운동가들 20여 명이 함께 걷기에 동참하며 그녀를 응원했다.

 

그녀의 발걸음은 매우 빠르다. 함께 걷겠다고 따라 나선 동지들이 따라가기 벅차 한참 뒤처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김 씨에게 빨리 걷는 이유를 물으니 “마음이 급하다”고 하며 “30여 년 전 옛 한진중공업에서 부당 해고 됐던 본인의 복직을 위해 맹추위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40일이 넘게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놀라운 것은 현재 김진숙 씨는 현재 암 투병 중이며 환갑을 맞는다. 이런 그녀가 부산에서 서울 청와대까지 걸어야 하는 이유는 본인의 복직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무단해고 금지와 노동자의 인권을 위한 힘겨운 투쟁이었다.

 

한 달여 동안 걸으며 각 지역에서 함께하고자 동참해주는 동지들이 있어 외롭지 않았다는 그녀는 단지 용변 볼 때가 마땅치 않아 곤욕스러울 때가 있었다며 미소를 보인다.

 

김진숙 씨를 응원하는 동지들이 하나 둘 모여 길게 줄을 이어 걷고 있다.    © 신동성

 

정년퇴직을 하루 남긴 지난12월 30일 부산을 출발한 김진숙 씨는 해고자로 남을 수 없었다. 이에 복직이 이뤄질 때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며 부산을 출발해 청와대를 향해 걷고 있는 것이다.

 

김진숙 씨는 1981년 대한조선공사에 용접공으로 입사하고 5년 뒤 그는 노동조합 대의원에 당선돼 노동조합 집행부의 어용성을 목격하고 이를 고발하는 유인물을 배포했다.

 

이에 회사는 그녀의 보직과 업무 배치를 바꾸는 등 괴롭히기 시작했고 김 씨는 회사에 계속 맞서자 결국 해고를 당한 것이다.

 

해고가 있은 지 3년 후인 1989년 대한조선공사는 한진중공업에 매각됐고 현재 한진중공업의 주 채권단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다.

 

평생 노동자로 살아오던 김진숙 씨는 부당 해고에 대해 맞서며 복직을 위해 암 투병 중에도 부산에서 서울 청와대까지 걷고 있다.   © 신동성

 

김진숙 씨는 노동조합이 사실상 금지됐던 시기에 해고된 사람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그나마 직장이 남아 있는 본인이 꼭 복직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노동계에서는 김진숙의 복직은 ‘시대의 복직’이라 일컫는다.

 

이번 힘겨운 여정은 ‘희망뚜벅이’로 첫날은 김진숙 씨와 그의 오랜 동지인 황이라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미조직부장, 차해도 전 한진중공업 지회장 셋이 걸었지만 이후 함께 걷겠다고 자처하고 나선 동지들이 길게 줄을 잇고 있었고 오산을 통과하는 지난 3일에는 약 100여 명이 함께 걷고 있었다. 

 

김진숙 씨와 그 일행은 고된 강행군으로 오는 2월 7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 도착할 예정이다.

 

 

신동성 기자  osanin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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